25화. 아니라고 해 줄 줄 알았어요

📅 2026.10.07 👁 14회 🏷️ #p60퍼스널코드 #퍼스널코드 #주역 #주역64괘 #64괘 #상담소설 #연재소설 #관점전환 #동양고전 #고전에세이 #위로가되는글 #짧은소설 #산화비 #비괘 #비구혼구 #이십대 #동물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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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함에 봉투가 하나 있었다. 보낸 사람 이름이 없었고, 안에는 종이 한 장이 네 번 접혀 들어 있었다.

두 달 전에 어떤 분이 들고 나간 내 종이였다. 그때는 접지 않고 편 채로 가져갔다. 앞면은 그대로였고, 뒷면에 내가 적어 준 네 줄도 그대로였다.

가지러 온다고 했는데 종이만 왔다. 문이 열렸을 때 나는 그걸 들고 있었다.

"그거 저 때문에 꺼내신 거 아니죠?"

스물여섯이고, 동물병원에서 2년째 일한다고 했다. 가방을 무릎에 올려 안은 채로 앉았다.

"아침에 온 겁니다."

"그분 잘되셨나 봐요. 그러니까 돌려주셨겠죠. 아니면 뭐 짐 정리하다 나왔는데 버리기는 좀 그래서 보내셨을 수도 있고요. 아, 죄송해요. 제가 남의 일에 이래요."

"거기까지는 안 왔습니다. 종이만 왔어요."

그가 물을 사양했다. 내 잔에 따르자 그럼 저도 주세요, 했다.

"저는 11월 30일에 그만둘 것 같아요."

"그만두시는 겁니까, 그만둘 것 같은 겁니까."

"뒤에 거요."

그가 말한 것은 숫자였다. 9월 15일부터 입원실 야간 체크를 혼자 한다. 저녁 7시와 밤 11시에 한 번씩 들어가고, 25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

"병원이 2층이라 밤에 올라가면 계단 등이 꺼져 있어요. 그건 뭐 큰일은 아니고요."

"원장님이 맡기신 겁니까."

"네. 10월 2일에는 열쇠도 주셨어요. 현관하고 입원실, 두 개요. 금고 번호도 알려 주셨어요. 네 자리요."

"그게 왜 그만두는 쪽 얘기입니까."

"다 넘기시는 거잖아요. 넘겨놓고 정리하시는 거죠. 7월부터 수술을 전부 오전으로 당기셨고, 저하고는 말을 안 하세요. 2년 동안 고맙다는 말도 한 번 안 하셨어요."

"그 열쇠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가방에요."

"병원에 두지 않으십니까."

"······반납하려고요. 2주 됐어요."

그의 질문은 이랬다. 11월 30일까지 다닐까요, 아니면 그 전에 먼저 말씀드릴까요.

"말씀드린다는 건 어떤 겁니까."

"그만둔다고요. 3개월 동안 세 명한테는 말했어요. 선배한테, 간호 선생님한테, 전에 같이 일했던 친구한테요."

"뭐라고들 하셨습니까."

"선배는 그래요? 했고요. 선배도 9월에 그만둔다고 했다가 미뤘어요. 간호 선생님은 아유 왜요, 하고 처방 전화를 받으러 갔고요."

"그 셋에 원장님이 있습니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없어요."

"원장님한테는 왜 안 하셨습니까."

"그 얘기를 원장님한테 하면, 그게 진짜가 되잖아요."

나는 그가 말하는 것을 적다가 한 번씩 멈췄다.

"그건 원장님이 하신 말씀입니까."

"······아니요. 제 생각이요."

그 줄에 줄을 그었다. 세 번째로 그었을 때 그가 노트 쪽을 봤다.

"선생님 지금 세 번 그으셨어요."

"원장님이 하신 말씀일 때는 안 긋습니다."

"······그으신 데가 많네요."

"선생님은 원장님을 못 보셨으니까 그러세요. 그 사람 요즘 눈빛이 달라요."

"저는 그분을 뵌 적이 없어요. 눈빛은 그래서 빼겠습니다. 열쇠는 안 뵙고도 압니다. 선생님 가방에 있으니까요."

그가 가방을 열어 열쇠를 꺼내 탁자에 놓았다. 두 개가 고리에 같이 걸려 있었고, 하나는 손때가 묻어 번호가 지워져 있었다.

산가지를 세기 전에 그가 물었다.

"저는 뭘 생각하고 있어야 돼요?"

"아무것도 안 하셔도 됩니다."

세는 동안 그는 자기 손바닥을 들여다봤다. 20분쯤 걸렸고, 끝나고 나서 저 딴생각했는데 괜찮아요, 하고 물었다. 괜찮습니다.

나온 것은 산화비(山火賁)였다. 위가 산이고 아래가 불이다.

"비가 뭐예요."

"꾸민다는 글자입니다. 좋다 나쁘다는 그 글자에 안 붙어 있어요."

괘 위에는 형 소리유유왕(亨 小利有攸往)이라고 적혀 있다. 작게 이롭다고 돼 있고, 크게는 안 적혀 있다.

움직인 칸은 아래에서 네 번째였다. 거기 붙은 말은 비여파여 백마한여 비구혼구(賁如皤如 白馬翰如 匪寇婚媾)다.

"꾸민 듯한데 흰 듯하다, 흰 말이 날 듯이 달려온다, 도적이 아니라 혼인할 짝이다, 이런 뜻입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요."

"뭐가 달려오는 그림이에요. 그게 도적이 아니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 칸에는 길하다는 말도 흉하다는 말도 안 붙어 있습니다. 여기는 모양만 적혀 있어요."

"그럼 저는 뭘 보라는 거예요."

"불이 산 아래에 있습니다. 위에서 비추는 게 아니고 아래에서 비추는 그림이에요. 아래에서 비추면 위쪽은 불빛 닿은 데만 보입니다."

그가 열쇠고리를 손가락으로 돌렸다.

"도적이 아니라고만 적혀 있습니다. 뒤에 붙은 건 짝이라는 글자인데, 3천 년쯤 전 혼인 얘기라서 원장님 쪽으로 그대로 옮기지는 않겠습니다. 제가 짚는 건 앞쪽이에요."

"······아니라는 거요?"

"네. 아니라고 적힌 게 하나입니다. 도적이요. 그분이 어떤 사람인지는 여기 안 적혀 있습니다."

"원장님은 왜 아무 말도 안 하실까요."

"그건 저도 모릅니다. 제가 아는 건 선생님이 그 열쇠를 2주 동안 가방에 넣고 다니셨다는 것까지예요."

그는 한참 있다가 가방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이거 2주 전에 고쳐서 뽑은 거예요. 11월 1일자로요."

"보내셨습니까."

"······아직요."

그 이력서 뒷면에 넷을 적었다.

그대로 둔다. 열쇠는 가방에 있고, 11월 30일은 아직 오지 않았다. — 쉽게 말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겁니다. 짐작은 그대로 남습니다.
세 사람한테 한 말을 원장님한테도 한다. — 쉽게 말하면, 같은 말을 네 번째로 하는 겁니다. 듣는 사람만 달라져요.
열쇠 얘기만 꺼낸다. 10월 2일에 이걸 왜 저한테 주셨냐고. — 쉽게 말하면, 지어낸 것 말고 받은 것부터 묻는 겁니다.
11월 30일을 지운다. 묻지도 말하지도 않고 그냥 다닌다. — 쉽게 말하면, 날짜만 빼고 나머지는 그대로 두는 겁니다.
"넷 다 오늘 나온 그림에서 나온 겁니다. 어느 쪽이 맞는 쪽이라고는 안 적혀 있어요."

그가 3번에 동그라미를 쳤다.

"왜 그걸 고르셨습니까."

"이거 물어보면 원장님이 뭐라고 하실 거 아니에요."

"뭐라고 하시면요."

"······그건 네가 들고 있어, 하실 수도 있고요."

"그러면요."

"그럼 제가 그만둔다고 한 거, 아니라고 해 주시는 거잖아요."

그가 가방을 무릎에서 내려 바닥에 놓았다.

"······저 그 말 들으려고 세 명한테 말했나 봐요. 누가 아니라고 해 줄 줄 알았어요."

나는 그 줄에는 줄을 긋지 않았다.

"오늘 나온 그림에서 한 칸만 다르게 둬 보면 다른 그림이 하나 나옵니다. 이름이 리(離)예요."

"떠난다는 그 리요?"

"그 글자로도 쓰이는데, 이 괘에서는 불입니다. 밝다는 쪽이에요. 선생님이 11월 30일에 떠난다는 얘기가 여기 적혀 있는 게 아닙니다. 이건 다음 얘기가 아니고요."

오늘 나온 것은 위가 산이고 아래가 불인 그림이었다. 움직인 것은 아래에서 네 번째, 가는 칸 하나다.

그 칸이 굵어지면 위쪽 세 칸이 불이 된다. 위도 불이고 아래도 불이다.

비는 아래에서 올라간 불이 위에 있는 산을 비추는 그림이다. 리에는 비추는 것이 둘이고 비춰지는 물건이 없다. 비가 먼저고 리가 나중인 게 아니다. 한 장에는 보는 쪽과 보이는 쪽이 같이 그려져 있고, 다른 장에는 보는 쪽만 둘 그려져 있다. 그 차이뿐이다.

그가 시계를 봤다.

"7분 남았습니다."

"가야 돼요. 7시에 들어가야 해서요. 오늘도 제가 봐요."

그가 종이를 접어 가방에 넣었다. 열쇠가 들어 있는 칸이었다. 가방을 바닥에서 들어 어깨에 멨다.

문이 닫히고 나서 나는 봉투에서 종이를 꺼내 네 줄을 한 번 더 읽었다. 그리고 책 사이에 꽂았다. 사이가 전처럼 두꺼워졌다.

이 글은 점술 상담이 아니라, 괘를 렌즈 삼아 상황을 다시 보는 연습입니다. 등장인물과 사연은 모두 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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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퍼스널코드 분석하기

사주·대운·십신을 현대적으로 해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