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그럼 제 소리는요

📅 2026.10.04 👁 20회 🏷️ #p60퍼스널코드 #퍼스널코드 #화풍정 #정괘 #정황이금현 #주역소설 #주역공부 #웹소설 #육효 #육효점 #고민상담 #심리상담 #인생살이 #주역64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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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크 소리가 세 번 났다. 컸다.

문을 여니까 그가 서 있었다. 두 달 만이었다.

"이번엔 들리셨죠."

"들렸습니다."

"세게 했어요. 저번에 못 들으셨다고 해서요."

앉으면서 악보를 두 권 꺼냈다. 포개지 않고 한 뼘쯤 띄워서 나란히 놨다. 양손을 한 권씩 위에 올렸다.

"12월 6일까지 9주 남았어요. 화요일이 아홉 번이요."

"연습은 그대로 화요일입니까."

"7시 30분에서 7시로 당겼어요. 공연 앞두고요. 문화회관 3층인데 7시에는 아직 앞 팀이 있어서 복도에서 기다려요."

"대형표는요."

"그대로예요. 1열 오른쪽 끝이요."

"누가 그 자리로 넣었는지는 물어보셨습니까."

그가 악보 표지를 손바닥으로 한 번 폈다.

"안 물어봤어요."

그가 오른쪽 악보를 반 뼘 밀었다. 표지에 이름이 없었다.

"박 선생이 그만뒀어요. 8월 마지막 주요. 아들 있는 데로 간다고요."

"3주 됐네요."

"3주요. 나가면서 저한테 이걸 줬어요. 자기 악보요."

"저 화분은 저번에도 있었어요?"

"있었습니다."

"못 봤네요."

잎이 하나 늘어 있었다. 새로 난 쪽이 색이 더 진했다.

"지난주 화요일에 이 선생이 저를 불렀어요. 파트장을 맡으라고요. 베이스요."

"맡을지 말지를 물으러 오신 거고요."

"못 하겠다고 하려고요. 근데 그 말을 아직 안 했어요."

"이 선생은 왜 파트장을 세운답니까."

"올해 학교에서 3학년을 맡았대요. 11월까지 못 오는 날이 있다고요. 그날은 파트끼리 알아서 하라고요."

"베이스는 몇 명입니까."

"여섯이요. 박 선생 빠져서 여섯이요. 둘은 올해 들어왔고요."

"왜 못 하겠다고 하시려는 겁니까."

"파트장은 남 음을 잡아 줘야 돼요. 저는 왼쪽이 안 들리니까 옆에서 틀려도 몰라요."

"보청기는요."

"지난달에 맞췄어요. 근데 합창할 때는 안 껴요. 다 뭉개져서요. 그거야 뭐, 나이 들면 다들 그렇죠."

노트를 뒤로 넘겨 두 달 전 장을 찾았다. 그날 적은 건 한 줄뿐이었다. 숫자는 없었다.

"저번에 악보에 스물세 군데 적어 오셨습니다. 그건 제가 기억한 거고 적어 놓지는 않았어요."

"스물세 군데 맞아요."

"이번 곡은 몇 군데입니까."

"······마흔한 군데요."

"거기 적힌 게 누구 이름입니까."

그가 악보를 몇 장 넘겼다.

"정 여사요. 김 선생이요. 새로 온 사람은 이름을 몰라서 안경이라고 적었어요."

"선생님이 들어가시는 데를 적으신 겁니까, 그 사람들이 들어가는 데를 적으신 겁니까."

그가 악보 모서리를 눌렀다.

산가지를 세는 동안 그는 눈을 감고 있었다. 이번에는 탁자 왼편에 앉아서 오른쪽 귀가 내 쪽으로 와 있었다.

19분쯤 걸렸다.

"저번보다 오래 걸렸어요."

"비슷합니다."

그가 눈을 떴다.

"그런가요."

나무 위에 불이 있는 그림이 나왔다.

"정(鼎)입니다. 솥이에요."

"밥하는 솥이요."

"발이 셋 달린 솥입니다. 칸 여섯 개를 아래부터 보면 그 모양이에요. 맨 아래 가는 칸이 발이고, 굵은 칸 셋이 배고, 위에서 두 번째 가는 칸이 귀입니다. 맨 위는 그 귀에 끼우는 막대고요."

"솥에 귀가 있어요?"

"양쪽에 손잡이가 붙어 있습니다. 거기다 막대를 꿰서 둘이 듭니다."

"괘 위에는 원길형(元吉亨)이라고 적혀 있어요. 크게 길하고 형통하다고요."

"좋은 거네요."

"이 괘는 좋다고 적혀 있습니다. 다만 좋다고 적힌 게 솥이에요. 드는 사람 얘기는 없습니다."

"움직인 자리는 위에서 두 번째입니다. 아까 말씀드린 귀예요. 거기 붙은 말이 정황이 금현(鼎黃耳 金鉉)입니다. 솥의 누런 귀에 쇠막대를 꿴다."

"······귀요."

"사람 귀 얘기가 아닙니다. 솥 옆에 붙은 손잡이예요. 듣는 데가 아니고 드는 뎁니다."

"그 칸에는 소리 얘기가 한 글자도 없습니다. 드는 얘기만 있어요."

그가 컵도 없는 탁자 위에 손을 폈다가 다시 모았다.

"오늘 여기서 하신 얘기에도 소리 크기 얘기가 한 번도 없었습니다."

"······."

"두 달 전에는 그 얘기만 하셨어요. 작게 낸다고요."

"오늘은 제 소리 얘기가 아니라서요."

"뭐 얘기입니까."

"······남 소리요."

"그 악보 좀 봐도 되겠습니까."

그가 왼쪽 걸 밀었다. 자기 것이었다. 오른쪽을 가리켰다.

"이건 박 선생 거예요."

"그래서요."

한참 있다가 폈다.

가사가 빽빽했다. 음표 위에 한글로 전부 적혀 있었다. 외우지 못해서 적은 것이다.

한 군데만 달랐다. 36마디 위에 연필로 짧게 적혀 있었다.

한 선생 보고.

"거기만 가사가 아닙니다."

"······."

"박 선생이 왜 저한테 줬을까요."

"그건 저도 모릅니다. 저는 그분을 뵌 적이 없어요. 여기 적힌 건 36마디 위에 한 줄이고, 나머지는 전부 가사입니다."

그가 악보를 덮지 않고 그대로 뒀다.

"맡으면요."

"······."

"그럼 제 소리는요."

"어떻게 되는데요."

"파트장은 파트 소리로 얘기를 들어요. 베이스가 오늘 잘 나왔다, 안 나왔다. 그건 제 소리가 아니잖아요."

"두 달 전에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빠져도 소리가 똑같으면 9년 동안 뭐가 난 거냐고요."

"······."

"오늘 하신 얘기 순서가 이랬습니다. 박 선생 그만둔 얘기, 악보 받은 얘기, 이 선생 학교 얘기, 마흔한 군데. 선생님 소리 얘기는 방금 처음 나왔습니다."

"한 장 주시겠습니까. 뒤에 오선만 있는 장이요."

그가 자기 악보를 들었다가 놨다. 그러고 박 선생 악보 맨 뒷장을 잡았다.

"이건 제 게 아닌데요."

그가 그 장을 잡은 채 가만히 있었다.

"······아니다. 준 거니까 제 거죠."

찢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오선 위에 네 줄을 적었다.

하나. 맡는다. 12월 6일까지라고 말하고 맡는다.
— 귀에 막대를 꿰는 쪽입니다. 드는 건 드는 거고요.

둘. 맡되 이 선생한테 왼쪽 얘기를 먼저 한다.
— 자리를 받기 전에 조건을 내놓는 겁니다. 그다음은 이 선생이 정합니다.

셋. 아무 말도 안 한다. 화요일에 그냥 나간다.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파트장 얘기는 누가 다시 꺼내야 하고, 12월 6일은 그대로 옵니다.

넷. 박 선생 악보를 이 선생한테 준다. 맡는 얘기는 안 한다.
— 받은 걸 그 방에 내놓는 겁니다. 거기 선생님 이름은 안 들어갑니다.

"넷 다 같은 칸에서 나온 겁니다. 소리를 크게 내느냐 작게 내느냐는 하나도 없고요."

그가 네 줄을 두 번 읽었다.

"하나요."

"왜요."

"앞에 서면요."

그가 오른쪽으로 고개를 조금 돌렸다.

"뒤에서 나는 소리가 오른쪽으로 와요. 9년 동안 오른쪽에는 벽만 있었어요."

그가 종이를 접었다. 그러고 자기 악보 사이에서 접힌 종이를 한 장 더 꺼냈다. 두 달 전 것이었다.

"이건 돌려드릴까요. 12월 6일까지라고 했는데 아직 안 됐어요."

"제가 드린 게 아닙니다. 선생님 악보에서 나온 거예요."

그가 두 장을 겹쳐서 도로 끼웠다.

"이 칸이 굵어지면 위쪽이 하늘이 됩니다. 그러면 구(姤)라는 그림이 돼요. 뜻밖에 마주친다는 글자입니다."

"그건 또 뭐예요."

"오늘 나온 그림에서 한 칸만 바꿔 본 겁니다. 다음에 그렇게 된다는 뜻은 아니고요."

그가 박 선생 악보를 한 번 봤다.

"12월 6일 지나고 그만둘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오늘 정할 일은 아니고요."

일어서면서 그는 악보 두 권을 포개서 한 손으로 들었다.

문 앞에서 낮은 소리를 하나 냈다. 짧았다.

"이게 도예요."

그러고 나갔다.

오늘 나온 건 정이었다. 칸 여섯 개 중에 맨 아래하고 위에서 두 번째만 가늘고 나머지 넷은 굵다. 위 세 칸이 불이고 아래 세 칸이 바람인데, 바람은 나무이기도 해서 나무 위에 불이 얹힌 그림이 된다.

움직인 건 위에서 두 번째, 가는 칸이었다. 솥의 귀다.

그 칸이 굵어지면 위 세 칸이 전부 굵어져서 불이 하늘로 바뀐다. 아래는 그대로 바람이다. 하늘 아래로 바람이 지나가는 그림을 구(姤)라고 한다.

정이 오늘이고 구가 나중인 게 아니다. 두 장은 아래 세 칸이 똑같고 위쪽 가운데 한 칸에서만 갈린다. 한쪽은 그 자리를 비워서 귀로 쓴 그림이고, 다른 쪽은 메워서 하늘로 쓴 그림이다. 어느 쪽이 먼저라고는 어디에도 안 적혀 있다.

오늘 그는 네, 라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문 앞에서 낸 음이 무슨 음인지는 나도 모른다. 낮았고, 문이 닫히고 나서도 잠깐 남아 있었다.


이 글은 점술 상담이 아니라, 괘를 렌즈 삼아 상황을 다시 보는 연습입니다. 등장인물과 사연은 모두 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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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대운·십신을 현대적으로 해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