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한 번도 안 싸웠는데요

📅 2026.09.11 👁 42회 🏷️ #p60퍼스널코드 #퍼스널코드 #무료사주 #무료운세 #주역 #육효 #풍천소축 #고민상담 #웹소설 #상담사례 #소설
*풍천소축(風天小畜) 구삼*

2화. 한 번도 안 싸웠는데요

풍천소축(風天小畜) 구삼


여섯 시 반에 왔다. 창이 서향이라 그 시간에 오는 사람은 얼굴 반쪽이 역광이 된다. 블라인드를 내려본 적이 있는데 그러면 방이 너무 어두워져서 그냥 둔다.

스물아홉이라고 했다. 앉으면서 휴대폰을 탁자 위에 엎어 놨다. 손가락 두 개에 하얀 테이프가 감겨 있었다. 이야기하는 내내 그걸 뜯었다 다시 붙였다 했다.

보온병에서 물을 따라 줬다.

"차는 없어요. 그냥 물입니다."

"네, 괜찮아요."

"말을 할까 말까 해서 왔어요."

이야기는 이랬다.

삼 년 전에 클라이밍장에서 만난 사람이 있다. 화요일하고 목요일, 주 두 번. 처음 일 년은 그냥 같은 시간에 오는 사람이었고, 그다음부터는 끝나고 같이 밥을 먹었다.

이사를 두 번 도왔다고 했다. 한 번은 트럭 뒤에 타고 갔고 한 번은 짐을 같이 쌌다.

그쪽은 그 사이에 연애를 두 번 했다. 두 번 다 헤어졌고, 두 번 다 새벽에 전화가 왔다. 한 번은 세 시까지 통화했다.

작년 가을에는 그쪽 아버지가 입원했다. 병원에 갔다. 보호자 대기실에서 여섯 시간을 같이 있었다.

"작년에 단둘이 본 날이 스물여섯 번이에요."

"세어 보셨어요?"

"네."

그러고는 테이프를 한참 뜯었다.

"두 번째 헤어졌을 때요. 그쪽이 술 마시고 그랬어요. 너는 진짜 좋은 사람이라고."

"그 말 들었을 때 어떠셨어요."

"좋았어요." 잠깐 있다가 덧붙였다. "집에 와서 한 시간쯤 있으니까 안 좋아졌고요."

"말하면 어떻게 되는데요."

"깨지겠죠."

"뭐가요?"

"······지금 이게요."

"지금 이게 뭔데요."

거기서 멈췄다. 물잔을 들었다가 마시지는 않고 그냥 내려놨다. 아래층에서 세탁기 도는 소리가 올라왔다.

"모르겠네요."

나는 기다렸다. 오래 기다리는 건 잘한다.

"스물여섯 번을 세고 있으면서요." 그가 말했다. "한 번도 서운한 티를 안 냈어요. 삼 년 동안 한 번도요."

"왜요?"

"그럴 자격이 없으니까요."

"무슨 자격이요."

대답이 없었다. 창밖이 점점 붉어졌다.

"물어본 적은 있어요?"

"뭘요."

"우리 뭐냐고요."

"그런 걸 어떻게 물어봐요."

"왜 못 물어보세요?"

"물으면 그쪽이 대답을 해야 되잖아요."

"대답이 무서우세요?"

"아니요." 그가 물잔을 돌렸다. "대답 안 하고 웃을까 봐서요."

한동안 세탁기 소리만 났다.

"서운해해도 되는 사인지 아닌지를 모르겠어서 온 것 같아요."

산가지를 꺼냈다. 쉰 개를 세고 나누고 덜어내는 걸 여섯 번 해야 해서 시간이 걸린다. 그동안 그는 테이프를 다 뜯어서 손안에서 공처럼 말고 있었다.

풍천소축(風天小畜)이 나왔다. 세 번째 자리가 움직였다.

"소축괘예요. 이 괘는 이런 그림인데요. 위가 바람이고 아래가 하늘입니다."

"쌓을 축(畜) 자면 좋은 거 아니에요? 쌓인다는 거잖아요."

"쌓이는데 안 내립니다."

괘사에 이런 말이 붙어 있다. 밀운불우(密雲不雨). 구름이 빽빽한데 비가 오지 않는다.

"구름이 많으면 곧 온다는 뜻 아니에요?"

"그렇게 읽는 사람도 있는데요. 저는 안 온다는 쪽으로 봅니다. 빽빽하다고 굳이 적어놨거든요. 양이 모자라서 안 오는 게 아니라는 말이에요."

"작을 소(小) 자가 왜 붙었냐면요. 여섯 자리 중에 하나만 음이고 나머지 다섯이 다 양이에요. 그 하나가 다섯을 붙들고 있습니다."

"막는 쪽이 더 약한 거네요."

"네."

"그럼 뚫으면 되는 거 아니에요?"

"뚫리기는 해요."

"그런데요?"

"이 괘 맨 윗자리에 기우기처(旣雨旣處)라고 돼 있어요. 비가 왔고, 그쳤다. 그게 다입니다. 오고 그친 다음에 뭐가 어떻게 된다는 말은 안 나와요."

그가 나를 잠깐 봤다.

"그리고 괘사에 이상한 게 하나 더 붙어 있는데요. 자아서교(自我西郊). 내 서쪽 들에서 온 구름이라고요."

"그게 왜 중요한데요."

"저쪽에서 온 게 아니라는 겁니다."

그가 등을 폈다.

"그럼 제 탓이라는 거예요?"

"아니요."

"지금 그렇게 들리는데요."

"탓하는 말이 아니라 위치를 말하는 거예요. 구름이 어디 떠 있는지요."

그는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럴 만했다.

움직인 자리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여탈복(輿說輻), 부처반목(夫妻反目). 수레에서 바퀴가 빠진다. 가장 가까운 둘이 서로 노려본다.

"저희 한 번도 안 싸웠는데요."

"네. 그게 이 자리하고 다른 점입니다."

"······."

"바퀴가 빠진 수레는 부서진 게 아니에요. 멀쩡히 서 있습니다. 그래서 계속 앉아 있을 수 있어요. 삼 년도요."

물을 더 따라 줬다.

"노려보는 건 사귀는 사이에나 하는 거 아니에요?"

"부부라고 적혀 있긴 한데, 저는 제일 가까운 둘이라는 뜻으로 읽습니다. 그 둘은 서로 노려볼 수가 있어요."

"저는 못 하고요."

"못 하시는 건지 안 하시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그가 손안의 테이프 공을 탁자에 올려놨다.

"노려보려면 마주 봐야 되잖아요."

"네."

"저희는 계속 같은 쪽을 봤어요. 벽이요."

나는 그 말을 노트에 적었다.

"비슷합니까?"

"뭐가요."

"수레요. 삼 년 앉아 있었다는 거요."

그가 고개를 조금 끄덕였다. 끄덕이고 나서 창밖을 봤다.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대신 이 괘가 허용하는 모양이 몇 가지 있어요. 들어보시고 어느 게 제일 닮았는지만 말씀해 주세요."

노트 뒷장을 찢어서 네 줄을 적었다.

하나. 말한다. 그쪽이 놀란다. 두어 달 어색하다가 다시 화요일 목요일이 된다. 달라진 건 말해버렸다는 것뿐이다.

둘. 말하지 않는다. 그쪽에 세 번째 사람이 생긴다. 새벽에 전화가 오는데 선생님이 안 받는다. 다음 날 무슨 일 있냐고 묻는 건 그쪽이다.

셋. 말하지 않는다. 선생님이 다른 지점으로 옮긴다. 반년쯤 지나 연락이 뜸해진다. 그만두자고 한 사람은 없는데 그만두어져 있다.

넷.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 내년에도 화요일 목요일에 만난다. 서른둘이 된다. 여전히 좋은 사람이다.

그가 종이를 오래 봤다. 역광이라 표정이 잘 안 보였다.

"두 번째요."

"왜요."

"제일 안 닮아서요."

"닮은 걸 고르시라고 했는데요."

"아는데요." 그가 종이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그 줄만 세 번 읽었어요."

"넷 다 밀운불우입니다."

"네?"

"넷 다 비가 안 와요. 세 번째랑 네 번째는 구름째로 흩어지는 거고, 첫 번째는 잠깐 오다 그치는 거예요."

"두 번째는요."

"두 번째만 선생님이 구름 쪽에서 뭘 하십니다. 그래서 비가 오는지는 저도 모르고요."

그는 종이를 반으로 접어서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고는 엎어 놓은 휴대폰을 집었다. 화면이 켜져 있었다. 언제부터 켜져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안 보세요?"

"계단에서 볼게요."

문이 닫히고 계단 내려가는 소리가 났다. 두 층을 내려가는 동안 소리가 한 번 멈췄다.

노트를 폈다. 아까 적어둔 줄이 있었다. 계속 같은 쪽을 봤어요, 벽이요. 그 밑에 뭘 더 적으려다가 말았다.

말 안 한 게 하나 있다. 세 번째 자리가 움직이면 소축은 중부(中孚)로 바뀐다. 가운데가 빈 괘다. 알을 품을 때 그 자리가 비어 있다고들 한다. 그게 좋은 건지 아닌지는 나도 모른다.

창틀 화분에 물을 줬다. 시든 잎은 시든 채로 있었다.


이 글은 점술 상담이 아니라, 괘를 렌즈 삼아 상황을 다시 보는 연습입니다. 등장인물과 사연은 모두 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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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퍼스널코드 분석하기

사주·대운·십신을 현대적으로 해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