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이십육일에

📅 2026.09.24 👁 28회 🏷️ #p60퍼스널코드 #퍼스널코드 #천수송 #천지비 #주역소설 #소설 #웹소설 #고민상담 #인생상담 #심리상담 #주역 #역학 #육효
천수송(天水訟) 구이 → 천지비(天地否)

유리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다들 그냥 연다.

"예약을 안 했는데요."

작업복이었다.
앉기 전에 바지 무릎을 두 번 털었는데 먼지는 안 보였다.

다섯 시 반이었다.
창이 서향이라 그 시간에는 앉은 사람 얼굴 반이 역광이다.

보온병을 기울였더니 아무것도 안 나왔다.

"물이 없네요."

"됐습니다. 차에 있어요."

그러고는 가지러 가지 않았다.

오른손 엄지와 검지 사이가 갈라져 있었다.
반창고가 아니라 접착제를 발라 굳혀 놨고, 말하는 동안 그 자리를 계속 문질렀다.

"보일러 합니다. 이십이 년 했어요."

"네."

한참 말이 없다가 휴대폰을 꺼내 탁자에 놓고 내 쪽으로 밀었다.

이체 목록이었다.
같은 날짜, 같은 금액이 아래로 이어졌다.
25일, 500,000.
열네 줄.

"아들입니다. 스물여덟이요."

"이게 언제부텁니까."

"작년 유월 이십일에 나갔어요. 그 다음 달부터요."

"열네 번이네요."

"칠백입니다."

노트에 날짜부터 받아 적었다.

"연락은요."

"없습니다."

"이건 뭡니까."

"······그건 그냥 보내는 겁니다. 아비니까."

"통화는 한 번도 없었고요."

"집사람이 합니다. 걔한테 하고 저한테 하고. 하루에 두 번씩 했어요. 일 년을 했습니다."

"했어요, 라고 하시네요."

"두 달 전에 그만뒀습니다."

"왜요."

그가 접착제 바른 데를 한 번 더 문질렀다.

"······걔가 이십육일에 문자를 보냅니다. 집사람한테요. 받았다, 세 글자요. 그걸 집사람이 저한테 전해 줬는데."

"네."

"제가 그래서? 그랬어요. 그러니까 그 뒤로 안 하더라고요."

"두 달째 못 들으셨고요."

"네."

"그래서 뭘 물으러 오셨습니까."

"제가 먼저 연락을 하는 게 맞습니까, 그냥 두는 게 맞습니까."

"25 일마다 하시는 건 뭡니까."

"그건 연락이 아니라니까요."

"아드님이 26일에 보내는 세 글자는 연락입니까."

"······그건 집사람한테 한 거죠."

"선생님이 보내시는 건 어디로 갑니까."

대답이 없었다. 휴대폰 화면이 꺼졌고 그는 그걸 다시 켜지 않았다.

산가지를 쏟아서 나눴다. 여섯 번 나누는 동안 그는 화면이 꺼지는 걸 두 번 더 봤다.

나온 괘와 움직인 자리를 노트에 적었다.

"송(訟)입니다. 다툴 송이요. 위가 하늘이고 아래가 물이에요."

"저 아무하고도 안 싸웁니다."

"하늘은 위로 가고 물은 아래로 갑니다. 같은 자리에 있는데 방향이 반대인 그림이에요."

"······."

"괘 앞에 중길종흉(中吉終凶) 넉 자가 붙습니다. 중간에 그치면 길하고 끝까지 가면 흉하다."

"그거 그만 싸우라는 얘기 아닙니까. 저 안 싸운다니까요."

"끝까지 가면 흉하다고만 돼 있습니다. 어디가 끝인지는 안 적혀 있고요."

움직인 자리를 읽었다.

"불극송 귀이포(不克訟 歸而逋). 이기지 못한다, 돌아가서 숨는다."

"저 안 숨었습니다. 열네 번 보냈는데요."

"극(克)은 이긴다는 글자예요. 못 이긴다고 돼 있지, 안 한다고는 안 돼 있습니다. 이 글자는 하고 있는 사람한테 씁니다."

"······."

"포(逋)는 달아난다는 글자고요. 달아나려면 먼저 그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선생님은 25 일마다 그 자리에 계셨어요. 그건 분명합니다."

그가 나를 봤다. 그러고는 아무 말도 안 했다.

"뒤에 한 줄이 더 있습니다. 기읍인삼백호 무생(其邑人三百戶 无眚). 돌아가면 그 마을 삼백 호가 탈이 없다."

"삼백 호요."

"싸움을 접고 돌아가면 딸린 사람들이 성하다는 말입니다. 선생님 쪽은 몇 집입니까."

"······한 집이죠. 삼백은 아니고."

"그 한 집이 두 달째 아무 말도 안 하고 계시고요."

"걔는 왜 안 쓰는 겁니까. 7백이요. 그대로 있답니다."

"그건 제가 모릅니다. 아드님만 아는 거고요."

"······."

"다만 그대로 있다는 걸 선생님이 아신다는 건, 누가 그걸 계속 들여다봤다는 얘깁니다. 열네 달 동안요."

"집사람이겠죠."

"두 달 전까지는요."

그가 전표 묶음을 꺼내려고 가방을 열었다. 한 장을 뜯으려는데 사이에서 접힌 종이가 딸려 나와 탁자에 떨어졌다. 한 장 반짜리였고 접힌 자국이 여러 군데였다.

집으려다가 손끝이 갈라진 데에 걸려서 두 번 만에 집었다.

"그거 뭡니까."

"······걔가 보증금을 보태 달라고 해서요. 그때까지 들어간 걸 적어 준 겁니다. 등록금부터 차 보험까지요. 계산기로 두드려서."

"아드님이 가져가셨어요?"

"두고 갔습니다. 제가 치우려다 말았고요."

"열네 달째 들고 다니시네요."

"별거 아닙니다."

그가 그 종이를 뒤집어서 내 앞에 놨다.

"여기다 적으세요."

네 줄을 적었다.

하나. 이번 25 일에 안 보낸다. 아무 말도 안 한다.  — 25 일에 있던 게 없어지고, 그 자리에 아무것도 안 들어간다.

둘. 그만 보낸다고 한 번 알린다. 그러고 그만 보낸다.  — 열네 달 만에 처음 하는 말이 돈 얘기가 된다.

셋. 계속 보내면서 다른 날을 하나 만든다. 전화든 뭐든.  — 25 일은 그대로 두고 옆에 길을 하나 낸다.

넷. 아무것도 안 바꾼다. 내년 이맘때도 보낸다.  —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 열다섯 번이 되고 스물여섯 번이 된다.

"이 중에 뭐가 일어날지는 제가 못 맞힙니다. 모양만 적은 거예요."

그가 한참 봤다.

"여기 하나 빠졌는데요."

"뭐가요."

"걔가 그걸 쓰는 겁니다. 7백이요."

"그건 선생님이 하시는 게 아니라서 모양을 못 적겠습니다. 적으면 아드님 얘기가 되고, 저는 아드님을 못 봤고요."

"······그래도 있는 겁니다."

다섯 번째 줄을 적었다. 아래에 붙일 한 줄은 적지 못했다.

다섯. 아들이 그걸 쓴다.

"그건 비워 두세요."

"네."

그가 종이를 손바닥으로 폈다.

"하나요."

"왜요."

"이번 달에 안 들어오면 걔가 알 거 아닙니까."

"······."

"26일에요. 그날 볼 겁니다. 안 쓰는 사람도 보기는 보니까요."

그러고는 자기가 한 말을 듣고 잠깐 멈췄다.

"······이것도 보내는 거네요."

나는 적지 않고 들었다.

"열네 번 다 그랬던 겁니까."

"열네 번을 두고 고르신 게 아닙니다. 방금 고르신 건 이번 한 번이에요. 왜 고르셨는지도 선생님이 말씀하셨고요."

그가 종이를 접었다. 손끝이 또 걸려서 두 번 만에 접었고, 전표 묶음 사이 원래 자리에 끼웠다.

일어서다가 문을 봤다.

"이거 닫을 때 소리 나죠."

"납니다."

"아래 경첩이 내려앉은 겁니다. 나사 하나 조이면 돼요."

가방에서 드라이버를 꺼냈다. 갈라진 손으로 돌렸고 삼십 초쯤 걸렸다.

"됐습니다."

그러고 나갔다.

문을 두 번 여닫아 봤다. 소리가 안 났다. 여태 그 소리가 나는 줄 몰랐다.

오늘 나온 건 송이었다. 칸이 여섯인데 위 셋은 다 굵고, 아래 셋은 가늘고 굵고 가늘다. 위 셋이 하늘이고 아래 셋이 물이다.

움직인 건 아래에서 두 번째, 굵은 칸 하나다.

그게 가늘어지면 아래 셋이 전부 가늘어진다. 물이 땅으로 바뀌고 위는 그대로 하늘이다. 하늘은 위에 있고 땅은 아래에 있어서 둘이 만나지 않는 그림을 비(否)라고 하는데, 막혔다는 뜻이다.

송 다음에 비가 온다는 말이 아니다. 굵은 칸 하나가 다툼이고, 그게 있으면 송이고 없으면 비다. 다툼이 없어진 자리가 통하는 자리라고는 적혀 있지 않다.

달력을 봤다. 22 일이었다.

이 글은 점술 상담이 아니라, 괘를 렌즈 삼아 상황을 다시 보는 연습입니다. 등장인물과 사연은 모두 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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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대운·십신을 현대적으로 해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