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거기 놓으려고

📅 2026.09.22 👁 30회 🏷️ #p60퍼스널코드 #퍼스널코드 #산택손 #산천대축 #주역 #주역소설 #고민상담 #심리상담 #육효 #점술
산택손(山澤損) 육삼 → 산천대축(山天大畜)

12화. 거기 놓으려고-

산택손(山澤損) 육삼 → 산천대축(山天大畜)

예약은 다른 사람이 했다.

들어와서 문 앞에 선 채로 그것부터 말했다.

"저 오려던 거 아니었거든요. 형이 잡아 놨더라고요. 제 이름이랑 번호까지 적어서요. 아니 제 번호를 왜 적어요, 자기가 올 것도 아니면서."

"앉으셔도 됩니다."

반으로 접은 종이를 들고 있었다. 앉고 나서도 무릎 위에 세워 놨다.

"이건 가는 길에 목재상 들르려고요. 아, 이거 망한 거예요. 견적이 안 맞아서 엎어졌는데 왜 아직 들고 다니는지 모르겠어요."

물을 따라서 앞에 놨다. 그가 컵을 당겼다가, 종이하고 가까워지니까 도로 저쪽으로 밀었다.

"스물아홉이고요. 가구 해요. 짜는 거요, 원목."

엄지손톱이 까맸다. 말하는 동안 다른 손으로 계속 문질렀다.

"이건 그냥 찧은 거예요. 흔해요. 저희 일하는 사람들 하나씩 다 있어요."

"네."

"공방이 3 층인데 셋이 써요. 3 년 됐고요. 보증금 삼백씩 넣었고 월세가 구십이니까 삼십씩이요. 전기는 제가 제일 많이 쓰죠, 기계 도니까. 그건 제가 더 내는 게 맞고."

노트를 펴서 숫자부터 받아 적었다.

"형이 작년 가을에 회사 들어갔어요. 잘된 거죠. 서른둘인데 뭐. 근데 여기 하자고 한 게 원래 형이에요. 제가 아니고요."

"네."

"그 뒤로 두 달에 한 번쯤 와요. 토요일에 잠깐. 커피 세 잔 사 들고 와서 앉아 있다 가고요. 셋이 다 있는 날도 아닌데 꼭 세 잔이요. 남은 건 그냥 식어요."

"돈은요."

"한 번도 안 밀렸어요. 삼 년 동안 하루도요. 안 오는데 왜 내는지 모르겠어요."

"동갑 하나는 주말마다 와요. 걔는 회사 다니면서 취미로 하는 거고. 손은 좋아요. 저보다 나아요, 솔직히. 걔가 그러더라고요, 형한테 얘기하자고. 안 쓰는데 내는 것도 이상하고 자리 비워 두는 것도 그렇다고."

"그분은 월세가 오르면요?"

"······사십오요."

"그건 괜찮답니까."

"걔는 뭐, 안 되면 나가면 되니까요. 취미니까."

"여섯 달 전부터 주문이 줄었어요. 작년 이맘때는 두 달치가 밀려 있었는데 지금은 다음 달에 들어올 게 식탁 하나예요. 근데 다들 어렵다잖아요. 저만 그런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제 질문이요. 형한테 그만 내라고 하는 게 맞아요, 그냥 두는 게 맞아요."

"말씀하신 적 있으세요."

"아니요."

"3 년 동안요?"

"그 얘기를 어떻게 해요. 돈으로 치면 별거 아니에요. 삼십이요."

"삼십이 별겁니다."

그가 휴대폰을 꺼내 한참 내렸다. 그러고는 화면을 돌려서 보여줬다.

7월 5일, 90만 원. 보낸 사람 이름이 그가 아니었다.

"7월에 제가 못 냈어요. 하루요. 그날 형이 그냥 넣었더라고요. 말도 없이."

"갚으셨어요?"

"······아직이요."

"손톱은 언제 찧으셨어요."

"네?"

"아까 그냥 찧었다고 하셨잖아요. 언제요."

"7월이요. 그때 좀 몰아서 했어요. 밤에도 하고."

날짜를 적었다.

"혼자 해 보신 적이 있으시네요."

"셋이 쓰는데요."

"7월에 한 달 해 보셨어요. 전기도 혼자 쓰시고, 월세는 혼자 못 내셨고요."

"······."

"아, 근데 그게 문제가 아니고요."

"네."

"형이 빠지면 둘이잖아요. 그러면 이게 좀······ 제 거가 되는 것 같아서요."

"지금은 아니고요?"

"지금은 셋이 내니까요. 안 되는 것도 삼분의 일이잖아요. 주문 없는 것도 셋이 없는 거고요. 저만 없는 게 아니고."

"······."

"형이 빠지면 저만 없는 게 돼요."

통에서 산가지를 쏟았다. 여섯 번 나누는 동안 그는 종이를 폈다가 도로 접었다.

나온 괘와 움직인 자리를 노트에 적었다. 적고 나서 한 번 더 봤다.

"손(損)입니다. 덜 손이요."

"손해요?"

"덜어낸다는 글자예요. 손해라는 말도 거기서 나오고요. 위가 산이고 아래가 연못입니다. 연못 바닥을 파서 산에 얹은 모양이에요."

"밑에서 퍼다가 위에 준다고요? 그거 손해 맞네요."

"앞에 이궤가용향(二簋可用享)이 붙습니다. 제사에 그릇 둘이면 지낼 수 있다고요."

"그릇 두 개로 제사를 어떻게 지내요."

"그릇 얘기는 아닙니다. 덜고 나서도 지낼 건 지낸다는 쪽이에요. 덜린 게 없어졌다고는 안 적혀 있습니다. 위로 갔다고 돼 있어요."

"······."

"움직인 자리에는 삼인행즉손일인(三人行則損一人), 일인행즉득기우(一人行則得其友)라고 돼 있습니다. 셋이 가면 하나를 덜고, 혼자 가면 벗을 얻는다."

"누굴 빼라는 거예요?"

"누구라고는 안 적혀 있습니다. 다만 덜린다고 돼 있지 않고 던다고 돼 있어요. 하는 사람이 있는 글자입니다. 저절로 줄어드는 그림은 아니에요."

"그거 제가 빠지는 쪽일 수도 있잖아요. 제가 셋 중에 제일 돈 없는데."

"빠지는 건 더는 게 아닙니다. 그 글자에는 빠진다는 뜻이 없어요."

"······."

"근데 저희 셋이 안 가는데요. 저 혼자 가고 둘은 돈만 내요. 그럼 이미 던 거 아니에요? 그럼 벗을 얻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저 삼 년 동안 아무도 안 얻었는데요."

"혼자 가신 적이 없어서요."

"매일 저 혼자 가는데요."

"월세는 셋이 내셨잖아요. 칠월에는 형님이 넣으셨고요."

컵을 들었다가 마시지 않고 내려놨다.

"이 방도 원래 둘이 썼습니다."

"네?"

"의자가 둘인 게 그래서예요."

"그분은요."

"안 쓰게 됐어요."

그가 더 묻지 않았다. 그게 고마웠다.

"그 종이 뒤에 좀 적겠습니다."

그가 종이를 밀어 줬다. 네 줄을 적는 동안 그는 컵을 두 번 옮겼다.

하나. 형한테 말한다. 형이 그만 낸다. 자리가 하나 빈다. 월세를 둘이 나눈다.  — 한 칸이 비는데 방은 그대로다.

둘. 형한테 말한다. 형이 계속 내겠다고 한다. 그 뒤로 토요일에 안 온다.  — 돈은 그대로고 사람이 한 칸 물러난다.

셋. 말 안 한다. 형이 먼저 그만두겠다고 한다. 언제일지는 안 적혀 있다.  — 덜어지긴 하는데 내가 던 게 아니게 된다.

넷. 말 안 한다. 셋이 그대로 낸다. 내년에도 낸다.  —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

"어느 게 일어날지는 제가 모릅니다. 네 개가 다 이 괘 안에서 나오는 모양이라는 것만 말씀드릴 수 있어요."

그가 한참 봤다.

"하나요."

"왜요."

"자리가 비잖아요. 거기다 테이블쏘 놓으면 딱이에요. 중고로 나온 거 보고 있는 게 있어서."

"언제부터 보셨어요."

"······삼 년 됐어요."

"······."

"저 나쁜 놈이네요."

"삼 년 전에는 그 자리에 형님이 매일 계셨습니다."

"네."

"그때도 그 기계를 보고 계셨고요. 그건 방금 하신 말씀입니다."

"······그러네요."

"아니라고 해 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건 제가 정하는 게 아니라서요. 다만 삼 년 동안 아무한테도 안 하신 말을 오늘 하셨어요. 그건 분명합니다."

"안 했죠. 형한테는 더 못 하죠."

종이를 집어서 접다가 말았다.

"저 아직 혼자 가 본 적이 없네요."

"네."

"7월에도 형이 넣어 줬으니까요."

"······."

"형이 여기 예약해 준 거예요. 제가 힘들어 보인다고."

종이를 마저 접었다. 뒷면에 물 자국이 동그랗게 남아 있었는데 아무 말도 안 했다.

"다음에 또 와도 돼요?"

"오세요."

"언제요."

"다음 주 목요일 네 시는 비어 있습니다."

접힌 종이 귀퉁이에 그걸 적고 나갔다.

지난주에도 한 사람이 앉았다 갔다. 나는 그 사람을 그 집에서 내보내고 싶어 했다.

누구를 덜라고는 안 적혀 있다는 말을 오늘 두 번 했다. 한 번은 그에게 했고 한 번은 아니었다.

오늘 나온 건 손이었다. 칸이 여섯인데 맨 아래 둘하고 맨 위 하나만 굵고 가운데 셋은 가늘다. 위 셋이 산이고 아래 셋이 연못이다.

움직인 건 아래에서 세 번째, 가는 칸 하나다.

그게 굵어지면 아래쪽이 연못에서 하늘로 바뀐다. 위는 그대로 산이다. 산 안에 하늘이 들어가 있는 모양을 대축(大畜)이라고 하는데, 크게 쌓아 둔다는 뜻이다.

던 그림과 쌓인 그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한쪽에서 빠져나간 만큼이 다른 쪽에 가 있는 걸 한 번에 그린 것뿐이다. 어느 쪽이 먼저고 어느 쪽이 나중인 게 아니다.

대축 앞에는 집에서 밥을 먹지 않는 것이 길하다(不家食吉)고 적혀 있다. 거기까지만 읽고 덮었다.

다음 주 목요일 네 시라고 노트에 적었다. 적고 나서 한 번 더 봤다.

이 글은 점술 상담이 아니라, 괘를 렌즈 삼아 상황을 다시 보는 연습입니다. 등장인물과 사연은 모두 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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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대운·십신을 현대적으로 해석합니다